A 사 대표이사 태형은 얼마 전 대학원에 진학할 것이라고 하여 송별회까지 했던 전 영업 팀장 의지가 경쟁사 B사에 입사했다는 황당한 소식을 들었습니다.
태형이 운영하고 있는 A 사는 10대~20대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있는 아이템을 주로 취급하는 전문 이커머스 회사인데 젊은 소비자들의 취향을 잘 포착하여 최근 인기가 높아지고 있었습니다. 의지가 이직한 B 사는 A사의 컨셉을 그대로 베낀 후발 주자이지만 대기업의 자회사로서 풍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무서운 속도로 태형의 회사를 추격하고 있었습니다.
의지는 A사의 영업 팀장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었고, 사람의 마음을 끄는 재주가 있어 거래처 사람들과도 친분이 두터웠습니다. 태형은 그런 의지가 대학원 진학을 위하여 회사를 그만둔다고 했을 때, 막 우주를 향해 날아오르려고 하는 A사라는 로켓에서 내려 따분한 공부를 시작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 장황한 설교를 곁들여 여러 차례 의지를 회유하였지만, 의지는 그 뜻을 굽히지 않았고 결국 퇴사를 한 것이었습니다.
태형은 황당한 소식을 듣고 나니 문득, 의지가 담당하던 거래처 중 하나가 얼마 전 별다른 이유도 없이 갑작스럽게 거래를 끊겠다고 통보한 것이 기억났습니다. 태형이 황급히 핸드폰으로 B사의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아니나 다를까 그 거래처는 어느 새 B사에 ‘독점’ 입점해 있었습니다. 태형은 분통이 터져서, 의지에게 급히 전화를 걸었지만, 의지는 일이 바쁜 것인지 느닷없는 전 상사의 전화에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는지 전화를 받지 않았습니다.
직원이 수천 명인 대기업에서 직원 한 명은 수천 중의 하나에 불과하지만, 전 직원이 열 명인 스타트업에서 직원 한 명은 전 직원의 10%입니다. 스타트업에서는 직원 한 명 한 명의 비중이 큰 만큼 직원의 이직으로 회사가 입는 타격도 클 수밖에 없는데 단순히 인원 한 명이 줄어드는 문제뿐만 아니라 회사의 영업, 기술에 관한 정보가 함께 빠져나간다면 더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습니다.
영업비밀 보호 수단으로의 ‘경업금지약정’
근로자는 헌법상 직업 선택의 자유가 있으므로 회사를 퇴사하여 경쟁사에 이직할 수도 있습니다. 앞선 사례에서 의지가 경쟁사인 B사로 이직한 것도 헌법으로 보장된 자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사용자 입장에서는 회사의 영업 및 기술에 관한 정보나 노하우를 보호할 필요가 있습니다. 의지의 퇴사와 함께 거래처가 거래를 중단하고 경쟁사에 독점 입점하는 것과 같은 일은 예방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하여 근로자와 “일정한 기간 동안 경업을 하지 않겠다”, “경쟁사로 이직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경업금지약정을 체결합니다. A사가 의지와 경업금지 계약을 체결하였다면, 법원에 전직금지청구의 소를 제기함으로써 의지가 B사로 이직하는 것을 막을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경업금지 조건은 과도하지 않아야
그러나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경업금지약정이 존재하더라도, 그 약정이 헌법상 보장된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권 등을 과도하게 제한하거나 자유로운 경쟁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경우에는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경업금지계약을 체결할 때는 너무 회사에 유리하게만 정해서는 안되고, 그 계약이 무효가 되지 않도록 적절하게 계약 조건을 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절차적으로 봤을 때는 직원이 퇴사하려고 할 때나 회사의 경영 상황에 따라 임의적인 시점에 체결하기보다는 입사 시 근로계약서 등을 체결하면서 경업금지약정을 함께 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글: 법무법인 세움 변승규 변호사
*원문: [변승규 변호사의 스타트업 법률 케이스 스터디] #1. ‘경업금지약정’으로 영업비밀 보호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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